도시디자인이 사람의 도시를 만든다 - 6편 도시디자인의 현대적 전망
[COLUMN] 도시디자인이 '사람의 도시'를 만든다
6편 - 도시디자인의 현대적 전망
조 용 준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前)광주광역시도시공사 사장
前)한국주거학회장
前)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
前)중앙도시계획위원
도시디자인의 현대적 전망
축소 지향형 도시 실현으로써 도시디자인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성장·변화한다. 처음에는 도시가 형성되는 도시화 단계를 갖는다. 이 단계에서는 도시적 모듬살이가 형성되고, 행정, 업무, 상업 등 활동이 집약적으로 일어나는 도심이 생겨난다.
인구가 더 늘어나면, 도시는 외곽지역으로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도심성이 배제되고 확장성이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인구감소가 심화되면, 무거주지역의 출현과 함께 재집중화 단계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도심기능의 회복 문제가 일어나는데, 우리 도시들의 대부분은 이 단계에 와있다. 특히 인구감소는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함께 재정 약화로 이어지면서 도로나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비롯한 도시공간의 유지 관리가 힘겨워진다. 또 확산형 도시를 지지하던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 배출량 감소 문제도 있다.
거기에 1인 가족이 보편화되면서 나타나는 절연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동체 도시의 요구도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도시구조를 축소지향형으로 재편과 함께 이의 거점으로써 도심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OECD가 2000년 일본 도시정책에 대해 “인구감소를 고려하지 않고, 도시확장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간의 도시 성장 매니지먼트로부터 컴팩트한 기능을 갖는 도시 만들기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권고도 이와 맥을 함께 한다. 이것이 앞으로 도시디자인의 역할이다.
이미지 뉴욕 가번트지구 어반 가든 타운 매니지먼트 프로젝트(출처, 도시재생 현장에 답이 있다, P194 이운용)
도심 공간구조 재편의 공공정책으로써 도시디자인
도시는 도심과 기성 시가지, 그리고 이를 담벽처럼 둘러싸고있는 신시가지로 형성되어 있다. 이같은 확산형 도시구조를 축소지향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도심기능이 강화되는 도심공간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심은 이미 형성된 공간구조와 소유자. 문화가 있기 때문에 백지상태의 외곽지역에서 행해진 도시디자인과는 다른 역할을 한다.
미국 등에서 현대 도시디자인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심화된 도시황폐가 출발점이었다. 특히 도시활동의 구심점 상실과 도심 슬럼화와 공동화에 대한 대응에서 시작되었는데, 뉴욕시립대 교수였던 조나단 바넷이 주도한 뉴욕의 보르드웨어 재생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도심재편을 위해서는 먼저 특질적 자원의 재평가와 함께, 공공정책으로써 도심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분명한 목표설정과 계획수립, 개발이나 형태 규제나 인센티브 방안제시도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건축과 토목, 교통, 조경 등 도시구성 요소의 융합적 결합은 물론, 공간과 시간의 결합도 있어야 한다. 특히 보행자 중심의 공공공간 개선은 물론, 상업 등의 민간활동을 유도하고 제어하는 수법도 있어야 한다.
도심 공간 재편에서 민간영역을 소홀히 하고, 공공성만을 강조하면 실현성을 갖기가 어렵다. 따라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각양 각색의 협의적 도시디자인을 통한 공공성과 시장성이 균형을 갖도록 하는 관점도 있어야 한다. 도시디자인이 물리적 영역에서 비물리적 영역까지로의 확대를 의미한다. 그래야 축소지향형의 도시가 된다.
와세다 대학의 고또우 하루히꼬 교수가 도시가 합리주의에 기반한 ‘행정적 공공성’을 가치로 하는 도(都)와 시장주의에 기반한‘시장적 공공성’을 가치로 하는 시(市)의 밸런스는 물론, 실용주의에 기반한 ‘시민적 공공성’ 가치가 추가되는 사람(人)까지 도시인(都市人)의 3가지 밸런스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도시인” 을 만드는 것이 도시디자인 역할이다.
이미지 요코하마의 도시디자인 (근대 산업을 지지하던 철로 흔적 보존과 아까 랭가 재생)
기성 시가지 재생의 매니지먼트로써 도시디자인
도시는 개인의 부 창출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일어나는 장이다. 사회적 활동을 지지하는 가로공간이나 상점가는 물론 주택지가 쇠퇴하면,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열악해지고,지역 안전은 위협받고, 지역문제에 대한 자율적 처리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도시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결국 공간과 시간, 인간이라는 자산의 재편성과 함께 다양한 사회 활동이 일어나는 장소를 만들어 도시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사람이 쾌적하게 삶, 문화를 영위할 수 있도록 쾌적한 공공성 확보하는 것이다. 차도를 줄여서 인도를 만들고, 연등형 건축물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등 건축과 도시공간이 연동하는 것도 그러하다. 그래야 도시공간이 사람의 공간이 되고, 활력적 도시공간이 될 수 있다.
기성 시가지를 지지하는 단독주택지는 주택들을 묶는 골목길 활력이 중요하다. 골목길은 보행의 시작점으로써, 이웃사촌 관계를 만들고, 긴 세월동안 이어져온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삶, 문화가 모자이크처럼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이웃관계를 이어주는 사회적 접촉공간이자 도시 정체성이다. 골목길이 살아야 사람, 토지, 마을의 관계성도 회복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평등성이 보호받고 활력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시 디자인 역할이다.
콜롬비아 보고타 시장인 엘리커 페놀로사는 인간을 존중하는 도시만이 시민들에게 존중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인만큼 부유한 생활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시민들이 존엄성을 보호받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더 행복한 도시를 디자인 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도시디자인 역할이다.
이미지 축소하는 도쿄 (출처-도쿄 2050, 축소하는 도쿄를 위한 도시디자인 전략, 오노 히데요시 도쿄대 교수)
공동체 도시의 실현으로써 도시디자인
도시특질존속과 공동성 확보로써 도시디자인
도심과 이를 지지하는 기성 시가지에는 도시특질인 도시정체성과 생활 친밀형의 문화가 있다. 도시특질이란 다른
도시와 차별화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질이나 성질로써, 도시정체성을 만드는 도시잠재력이자, 도시자원으로써 경제적 번영에 공헌한다.
1998년 유럽공동체는 21세기 도시지향 목표로 정한 10개 중의 하나가 도시특질의 존속이었다.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낡은 건물을 부수고, 번쩍거리는 대형 건물을 짓는 방식의 도시개발은 오히려 도시를 죽게 한다. 이것은 도시재건이 아니라 도시를 약탈하는 행위이다.”라고 한 것도 도시특질 보존의 중요성 강조다. 대부분의 도심은 도시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도시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자산 등이 만든 도시특질이 있고, 기성시가지에는 동네가 만드는 생활 친밀형의 특질이 있다. 이들 특질을 창조적으로 보존하여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 도시디자인 역할이다. 특히 역사적 환경이나 문화예술, 지형이나 자연, 도시적 문맥 등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을 결합을 통하여 누적적 다양성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공감하고, 공동체 일원이라는 생각은 물론, 도시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된다. 건축 도시공간 연구소 염철호 박사는 공공성을 생활공간적 공공성, 사회적 공공성, 문화적 공공성으로 규정했다. 생활공간에서 시작된 공공성은 사회적 공공성으로 확대되고, 궁극적으로는 문화로 발전되고 교류되고 진전될 수 있다고 했다. 공공성은 공공공간을 매체로 하여 공동성을 만든다. 그래서
공공공간은 중요하다.
그러나 도시는 지가가 비싸기 때문에 민간과 협력하여 소규모 공공공간의 창출이나 개선, 가로경관 개선, 다양한 공개공지확보(연속벽면후퇴, 길모퉁이 광장, 통과형 공개공지, 둘러쌓인 광장)는 물론, 개개 건축과 인접하는 공공공간의 일체적설계(보도교각, 계단과 건축물의 일체적 설계, 고가도로와 건축물의 일체적 설계, 철도와 건축물의 일체적설계, 수변공간과 건축물의 일체적설계 등)도 있어야 한다. 그라운드와 건물의 퍼사드가 만나는 표층, 공공스페이스와 민간 스페이스의 결합도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지역이 갖고 있는 특질 존속과 공공공간의 결합을 통하여 사람의 도시가 하는 것이 도시디자인 역할이다.
공공공간 재생으로써 도시디자인
도시에는 이미 만들어진 거리나 광장 등의 공공공간 중에는 이용되지 못하고 활성화되지 못한 경우가 매
우 많다. 행정의 공공성이 시민의 공공성이 되지 못한 결과이다. 따라서 저이용의 공공공간이 활력있는 시민의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야마구치 대학 송준환 교수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에리어 매니지먼트(타운 매니지먼트)를 통하여 지역민이 주도로 공공공간을 활용하여 지역활성화를 유도하고, 각종 수익사업을 실시하여 그 수익금으로 미화활동, 방범, 방재활동은 물론 지역과제 해결을 위한 각종제반비용으로 재투자하는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삿포로시의 아카프라 광장(2016년 완공)의 경우 도청사 건물 앞도로 공간의 차량 통행을 막고, 광장화하여,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는데, 조례 등을 근거로 지역의 타운 매니지먼트 조직이 광장의 운영 및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이 조직은 각종 이벤트 주최자들에게 광장 공간을 제공하고 광장 면적에 따른 이용료를 받아서, 질 높은 광장 관리와 함께 지역의 공적 활동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이미지 1-5 도시디자인이 만든 요코하마의 MM21스카이라인, 요코하마의 상징적 모습이다.
이외에도 지하상가 내 광장 및 가로 공간 등을 활용한 이벤트 사업 및 광고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주말에는 여기저기에서 음악회 등 각종 볼거리가 제공되면서 지역전체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도시재생 현장에 답이 있다 p192)
이제 분리와 개별성의 도시계획이 만든 물리적 공간을 통합이나 융합의 도시디자인을 통한 사회적 공간으로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 특히 공공공간을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을 통하여 사람의 장소가 되도록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도시디자인, 사람의 도시를 만드는 매체이다
앞으로 도시디자인은 인구감소와 함께 보편화되고있는 소자녀 초고령 사회에 대응은 물론, 환경부하를 경감하는 축소지향의 공동체 도시를 만드는 것에 역할이 부여된다.
특히 도시공간의 재디자인을 통하여 빈부의 격차해소는 물론, 이웃과 평등한 삶이 가능한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 된다.
이는 확산형 도시에서 재생형 도시로, 에너지 소비도시에서 저탄소 도시로, 평등도시에서 정체성 도시로 변화를 통하여 실현한다. 아울러 그간 땅을 관리하던 도시계획 중심에서 벗어나서 건축군을 관리하는 도시디자인 중심으로 변화를 의미한다.
이미지 2050년 에너지 시스템(출처-도쿄 2050, 축소하는 도쿄를 위한 도시디자인 전략, 오노 히데요시 도쿄대 교수)
앞으로 도시는 사람(Human), 역사(History),
문화(Culture), 자연(Nature), 기술(Technology)을
바탕으로 창조적 (Creative)이고,
즐거운(Enjoyable)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도시디자인은 협의적 관계를 통하여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에 보다 더 큰 역할이 부여된다.
그래야 인간관계가 강화되는 사람의 도시가 된다.
앞으로 도시디자인에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
*그동안 본지에 기고해 주신 조용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인